티스토리 뷰

영화리뷰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

즐거운 관종 2023. 1. 9. 21:06
반응형

목차

  • 흥행에 성공한 사극영화
  • 역사 속에서 사라진 15일
  • 1인 2역의 이병헌

 

 

흥행에 성공한 사극영화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관람한 사극영화가 몇 개 없다. 사극영화의 특성상 영화적 상상력을 쉽게 접목시키기 어렵다. 그런 시도를 잘못하면 관객의 이해를 얻지 못하거나 새로운 흥미를 이끌어 내는 데에 실패한다. 전쟁을 주제로 하는 사극영화가 아닌 이상, 액션이나 대규모의 전투씬 없이 흥행을 이끌만한 요소가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일부러 극장의 대화면 스크린으로 사극영화를 감상해야 할 이유가 적거나 없다. 그러나, 그런 보편적인 선입관을 이영화가 보기 좋게 깨버렸다. 이 영화가 개봉될 당시인 2012년에, 1200만 명이라는 대단한 관객 동원수를 기록했고, 제49회 대종상(Golden Bell Awards)에서 최우수 영화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등을 포함한 총 15개 부문에서 수상을 한 사극영화이다. 이영화 속의 광해군과 하선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의 훌륭한 연기를 설명할 때 빠짐없이 언급될 정도로 이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1인 2역(dual role)은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조선 전기부터 각종 문서와 사건을 기록하는 '승정원 일기'에서 역사 속 실제로 지워진 15일간의 빈 시간을 상상으로 제작한 영화이기도 하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15일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이 한창이었던 조선 제15대 국왕 광해군(이병헌) 재위 시기, 그는 시시각각 자신을 제거하려는 세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난폭해져 간다. 그는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의 대역을 찾으라는 명을 내리고 허균은 광해군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흉내 낼 수 있는 인물을 찾아 나선다. 그는 한양 기방에서 자신의 실랄한 풍자와 개그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광대인 하선(이병헌, 왕이 된 남자)을 찾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광해군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고, 허균은 광해군이 치료를 받는 동안 하선에게 광해군을 대신하여 왕의 대역을 할 것을 명한다. 저잣거리의 한낱 만담꾼에서 하루아침에 조선의 왕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의 하선. 허균의 지시 하에 그위험천만 한 연기를 시작한다. 그 왕이 말하는 방식, 어투, 걸음걸이, 국정을 다스리는 법까지 그가 연기하는 매 순간이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예민하고 난폭했던 그 왕과는 달리 따뜻함과 인간미가 느껴지는 달라진 왕의 면모에 궁이 조금씩 술렁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선은 흉내가 아닌 백성을 진심으로 위하는 왕으로서의 역할을 하려 하고, 이런 모습에 연기를 지시했던 허균도 당혹스럽다. 광해군을 연기하는 그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자, 몇몇 고위대신들이 주축이 되어 쿠데타 세력을 형성하고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1인 2역의 이병헌

영화적 상상력(왕의 대역을 찾아서 그대 역이 실제로 연기하는)을 영화 속의 현실로 받아들이기엔, 설정자체가 조금 그 당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이영화가 더욱더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난 생각한다. 이러한 상상력을 매우 훌륭하게 연기한 이병헌의 역할이 비평가들과 관객의 박수를 얻어냈다. 국내에선 매우 유명한 그는, 언제라고 단정하기 힘들지만, 어느 순간 부쩍 향상된 연기력으로 평론가들의 호평과 더불어 흥행을 이끄는 영향력 있는 배우로서 성장했다. 그의 작품들인, '공동경비구역(JSA)', '달콤한 인생(A Bittersweet Life)', '악마를 보았다' 그리고 '내부자들(Inside Men)'을 통해서 그가 보여준 연기의 성장은 매우 두드러진다. 특히, 그중에서도 그가 1인 2역(dual role)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해낸 이영화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매우 선명하고 넓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몇몇 미국 영화 작품들, G.I. Joe 1과 2(2009 & 2013), Red 2(2013), Misconduct(2016), Magnificent 7(2016),에서도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그가 좋은 역할과 시나리오를 만나게 된다면, 국내 영화계에서 '왕이 된 남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왕이 될 수 있는 남자'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응형